<이태원 주민일기>에 관한 이야기를작년 여름 처음 듣게 되었습니다.

‘앗! 재밌겠다! 나도 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이태원 주민이아닌 걸?’하는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사는친구들을 따라 이태원에 집이나 작업실을 구하려 했지만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집과의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이사를 하지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이 울적해 깊은 나눔이 필요할 때,맛있는 음식을 다양하게 접하고 싶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싸돌아다니고 싶을 때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외칩니다.

“내가 조만간 이태원으로 갈게!”
왜냐고요? 저만 가면 그곳에 다 있으니까요.

나난, 정신, 사이이다 등 나의 사랑하는 언니들과 이태원의아티스트 친구들,
스페인 음식부터 태국 음식까지 없는 음식이없는 곳,
크고 작은 추억들이 이태원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으니까요.

모델 일을 한 지 어느덧 14년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음악도 하고, 방송에서 진행도 맡고 있지만
늘 재밌는 작업을 향한 갈증이 있고 새로운 기록에 관한 생각과고민을 상당히 많이 합니다.

그렇기에 이태원을 무대로 살아가는언니들의 작업은 언제나 반갑습니다.
신이 납니다.그리고 기다려집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태원 주민일기>는역시 재기발랄합니다.

언니들은 여전히 젊고 탱탱합니다.언니들과 비슷한 동생들을 앞 뒤 옆으로 두루두루 끼고나타났으니 그럴 수밖에요!

장윤주 | 모델 | 서울시 송파구 주민 




이태원은
나의 고등학교 시절
탈선의 증거였다.
물론 지금의 내 입장에선
그때의 증거로
꿋꿋이 지금의 내 일을 하고 있지만,
그때의 모든 어른들은
그때 이태원에 있는 나를
손가락질했었다.
한국 같고,
미국 같고,
깡패 같고,
담배 같고,
술 같고,
음악 같고,
그림 같고,
내아버지도
그곳에 있었고,
누군가의 아들도
그곳에 있을
이태원
이이들에 의해
다시 증거가 됐다.
축하.

백종열 | CF 감독 |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주민




제가 10여 년 동안 이태원에 살면서도미처 느끼지 못했던
이태원 곳곳의 모습이 담긴<이태원 주민일기>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렇듯 한 권의 책에이태원의 일상과 참된 아름다움이 묶일 수 있었던 데에는
이태원을 진정으로 사랑해서‘이태원 주민’이 되기를 자청한 작가들의 순수한 열정과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작가들이 보여주는 이태원을 향한 사랑이더욱 순수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이 책을 통해우리는 이태원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만날 수 있고
이태원을 무대 삼아 살아가는사람들의 행복한 삶과 교감할 수 있습니다.

성장현 | 용산구청장 |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주민 




이태원 사람들의 아주 평범하면서도사뭇 각별한 삶을 다룬 <이태원 주민일기>를인쇄 전에 스리슬쩍 염탐하고 난 뒤, 한 자락의 변(辯)을 적으려 하는데, 글은 안 써지고, 자꾸 얼마 전에 작고하신문학계의 큰 어르신인 박완서 선생님의 마지막 산문집<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가 떠오른다. 잡글이나 기사를 끼적이며 산답시고 한 달에 대 여섯 권의책을 사 놓고는 읽지 않는 고약한 버릇이 내게 있는데그 버릇이 여간해서는 사라지질 않았다. 평소에 음식이며 물건이며 쓸 만큼 이상,욕심을 부리거나 품는 것에 대해 이젠 부끄러움을 뛰어환경을 범한다는 생각에 여북한 마음이 실컷 들었는데,그렇다 하더라도 책에 대한 욕심만큼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책들이 꼼꼼히 읽혀져 내 삶에 체화되지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소유하는 것만으로도배불러하며 으쓱거리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지(知)의 허영에서놓여나지 못할 때 그 때 박 선생님의 산문집을 만났다.선생님의 산문집에 나와 있는 글들은울적한 날에 훌쩍 뒷동산으로 산책 나섰다가 만나게 된고향 마을의 포근한 봄 햇살, 따순 밥 한 사발,너무 구수해 아귀아귀 먹게 되는 배추속대국을 닮아 있다. 어찌나 선생의 이드르르하지 않은 소탈하면서도 고아한 글들이허벌나게 좋았는지, 여러 문장에 밑줄을 쭉쭉 그었다. 단숨에 읽기가 아까워 한 편 한 편 일기 쓰듯이 읽었다. 그러곤 생각했다. 이 산문집 속의 글들이 한 동네 사람들의왁다글닥다글한 삶과 엇비슷하다는 걸. 그 생각에 다다르자이 산문집의 제목이 다시 눈에 감겨든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

‘이태원’이라는 지명을 생각하면여러 가지 이미지와 상념이 떠올려진다. 서울 안에서 역사의 몸살을 이렇게나 혼곤히 앓은마을이 있나 싶다. 그 몸살의 여파와 미군부대 주둔 등의지역적 특수성으로 인해 어느 한편에선 발달이 더뎌지고, 다국적 사람들의 지난한 삶에 독특한 색깔이 입혀져드렁칡처럼 얽혀 있다는 것도 내게 유별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오래된 것들을 잘 보살피고 가꿀 줄 모르는 사람들이막 취급한 근대 주거양식의 모습이 이태원 곳곳에 어렴풋이나마 살아 있다는 게 내 마음을 애틋하게 만든다. 이 마을에는 우리가 아직도 ‘못 가본 골목’들이, 살뜰하고도 신산하며 치열한 삶들이 아름답게 복작되고 있다. 이 마을의 작은 골목길 어귀를 돌아 만난윈도우 페인터 나난은, 붓에 흰 물감을 묻혀아스팔트 틈으로 자라난 초록 생명의 몸을 만든다. 수많은 사람들의 안중에 든 적 없던마을 틈바구니의 이름 모를 풀포기들은나난의 터치로 특별한 존재감을 얻는다. 이것은 ‘나난 가드닝’으로 이름 붙여진다. 사진 찍는 것도 맛나는 걸 먹는 것도 엄청 밝히는찍사 장진우는, 자신의 이메일로 접수된동네 친구들의 ‘요리신청서’를 손에 쥐고 장을 봐서움직이는 식당을 운영한다. 신청한 사람의 마음결을 반영하여 정성껏 만든 음식들…. 사이이다는 따뜻한 버섯과 차가운 두부가 어우러진 샐러드를, 이영주는 시원한 멸치 국물이 일품인 잔치 국수를장진우에게서 선물 받는다. 버려지는 것들에 새 생명과 쓸모를 부여하는 작가 박길종은, 폐품을 수집해 생계를 잇는 마을 할머니의 유일한 경쟁자다. 할머니가 주워 가기 전에 잽싸게 챙겨 온 양철 쿠키통으로전등을 만들고, 커다란 벽시계로는<아비정전>에 나올 법한 근사한 테이블을 만든다. 할머니와의 유쾌한 폐품 포획 경쟁은아마도 박길종이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계속 펼쳐질 것이다. 지면이 여한하여 <이태원 주민일기>에 실린사람들의 옥신각신, 아옹다옹, 오순도순한 이야기들을다 요약하기 힘들다. 이미 내 변은 지면을 한참 오바했으므로….

문명의 기이한 발달은옆집 사람이 죽어 나가도 모를 차갑고도 메마르며몰인정한 현실을 아무렇지 않게 부려 놓았는데, 이태원에 둥지를 튼 젊은 친구들이, 성공과 출세의 야욕에 사로 잡혀 앞과 위만 보며 각축하는사람들에게 옆을 둘러보라고 외친다. 이 기특하고 재미나고 열정에 넘치는 친구들이나와 집, 우리 동네와 놀아나려고 신바람을 낸다. 지난 15년간 200여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 하면서얻게 된 변하지 않은 진실이 있다. 그건 삶의 귀한 가치나 행복이저 높고 삐까리번쩍한 곳에 있는 게 아니라는 것. 하루하루 우리 곁을 스치는 삶의 사소한 시간들과 관계에서그 진귀한 행복들이 생성된다는 것. 그렇게 생성된 충만한 지복감이우리 삶의 질을 완성시켜 나가는 유일한 열쇠라는 걸. 이 젊은 청춘들이 온 몸으로 부딪쳐 발설하고 있는 것이다 

박완서 선생님께서 산문집 머릿 부분에‘인간의 참다움, 인간만의 아름다움은보통 사람들 속에 아무렇지도 않게 숨어 있는 것이다’라고 밝혔듯이 이 책에 그 아름다움이 무릇 아무렇지 않게, 여실히, 알알이 박혀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나는 지금 몹시 행복하다.

추신: 이 책의 기획을 맡은 정신과 사이이다그리고 이태원 주민들에게 엽렵한 애정을 바칩니다.

정유희 | 월간 PAPER 기자 | 성남시 수정구 단대동 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