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사람들을 만나다,
퇴근길 기자
이해린



이해린   사진 이우헌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으로 출근하고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으로 퇴근하는 회사원 이해린 씨는
퇴근 후에 사람들을 만나서 물었습니다.

왜 이태원에 사나요?

당신은 어디에서 이사 왔고 또 어디로 가나요?


01. 6월 28일/ 백지원/ 건축가, 얼반테이너 대표/ 한남동 
02. 6월 29일/ 김종유/ 인테리어 디자이너 Design Studio U ab 대표/ 한남동 
03. 7월 06일/ 박길종/ 킷토스트 일요일의 사장/ 보광동 
04. 7월 10일/ 공성원/ 포토그래퍼, 쇼핑몰 운영/ 이태원 2동 
05. 7월 11일/ 권혜진/ 라 갈레트 운영/ 이태원 2동 
06. 7월 29일/ 황애리/ 소리꾼 / 이태원 2동 
07. 8월 12일/ 이종섭/ 영슈퍼 운영, 기타리스트/ 보광동 
08. 8월 17일/ 나난/ 윈도우 페인터 / 이태원 2동 
09. 8월 18일/ 이이순/ 이태원 화원 운영/ 이태원 2동 
10. 8월 19일/ 한진덕/ 달나라 재활용센터 운영/ 이태원 2동 
11. 8월 22일/ 허성하/ 디자이너, 꽤괜찮은디자인사무실 대표/ 이태원 2동 
12. 8월 24일/ 장진우/ 포토그래퍼/ 이태원 2동 
13. 8월 25일/ 김명제/ 공인중개사, 은하부동산 운영/ 한남동 
14. 8월 28일/ 최낙영/ 회사원/ 이태원 2동 
15. 8월 27일/ 정수진/ 목수, 제비 목공소 운영/ 이태원 1동 
16. 8월 28일/ 김디온/ 무직이나 곧 바리스타가 될 예정임/ 용산2가동 
17. 8월 30일/ 신연근/ 한신옹기 운영/ 용산2가동 
18. 9월 01일/ 김순덕/ 마을버스 02번 운전기사/ 용산2가동 
19. 9월 02일/ 김장우/ 그래픽 디자이너, 스트라이크 디자인 대표/ 이태원 2동 
20. 9월 03일/ 이필근/ 이용사, 미림이발소 대표/ 이태원 1동 
21. 9월 04일/ 이정범/ 생생건강원 운영/ 이태원 1동 
22. 9월 05일/ 정웅/ 제빵사, 오월의 종 대표/ 한남동 
23. 9월 07일/ 곽호빈/ 슈트 디자이너, 테일러블 대표/ 한남동 
24. 9월 13일/ 조재원/ 건축가, 0_1studio 대표/ 한남동 



인터뷰이 선정은 우연과 소개를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퇴근 하면서 우연히 발견한 곳과 그분들이 ‘이 분들도 만나 보라’ 권하시는 분들을 토대로 하였습니다.

이태원 사람들을 만나다, 퇴근길 기자 | 이해린


이해린
 


1983년 인천시 남구 주안동에서 태어나
1990년 인천시 남구 용현동으로 이사했다.
1996년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같은 집에서 살았다.
2007년 서울로 상경한다.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서 생활하다가,
2009년 용산구 이태원 2동으로 집을 바꾼다.


http://table.1px.kr

이태원 사람들을 만나다, 퇴근길 기자 | 이해린



1. 
6월 28일/ 백지원/ 건축가, 얼반테이너 대표/ 한남동 
www.urbantainer.com



Q. 당신은 언제 어디서 왔나요?
올해 봄에 왔어요. 그 전에는 왕십리 근처 행당동에 한 5년 살았죠. 그때는 사무실도 없을 때라 집에서 먹고 자고 일하고 했거든요. 그때 명명한 게 발코니 스튜디오. 아파트 베란다를 사무실로 쓴 거죠.

Q. 집을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싸냐 비싸냐도 따지지 않고, 오직 햇볕 잘 드는 집만 얘기했어요. 옛날 없는 시절에 반지하 방에서 고생했던 생각 때문예요.

Q. 집이 이태원이 되니까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약속이 늘 집 앞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대리운전 안 하고 술을 더 먹을 수 있는 것. 술은 인생이죠.(웃음)
또 다른 이유는, 되도록 주말이면 집에 있으려고 하는데, 집에 있다가 맛있는 커피가 먹고 싶으면 바로 집 앞으로 나가면 되고, 파스타가 먹고 싶다 하면 코앞에 또 있고. 공원도, 술 마실 곳도 있으니까. 다양한 게 많아서 좋은 것 같아요. 내 변덕스러움을 수용해 줄 수 있는.

Q. 이태원에 처음 온 것은 언제인가요?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왔었어요. 강남 줄리아나 나이트클럽에서 몇 번 뛰고, 이태원으로 2차를 왔죠. 또 옛날에 사귀었던 외국인 여자친구가 여기 살아서 자주 왔었죠. 그 친구 덕분에 감도 높은 좋은 곳들을 많이 알았어요. 그리고 한참 오지 않다가 다시 오기 시작한 건 한 2년 전쯤.

Q. 왜 이태원이 인기일까요?
사람들이 지루한 거죠. 이제 우리나라도 해외 여행이나 유학 다녀온 사람들이 워낙 많아져서 다양한 것들을 추구하게 되었어요. 근데 로데오, 가로수길, 홍대, 삼청동 등 모든 동네가 천편일률적이잖아요. 처음에야 그게 좋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스토리가 다 비슷비슷하니까 조금만 지나면 금방 재미없어져버리고 식상해진다고요. 근데 이태원은 아주 많은 다양한 콘텐츠가 공존하고 있어요. 아프리카에서부터 인도, 이슬람, 미국까지. 이건희회장에서부터 달동네 주민까지. 제 생각에 이 동네는 네버엔딩이예요.

Q. 당신이 생각하는 이태원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비빔밥 같은 것. 예를 들면 경리단길에 고깃집-미용실-카페-과일가게-꽃집이 섞여 있잖아요.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데, 옆에서는 커피 마시고, 어떤 취한 사람들은 집에 가져다 줄 과일이나 꽃을 사기도 하고. 그게 이태원의 맛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역사성이 있어서 좋아요. 이발소, 슈퍼마켓, 세탁소 할 것 없이 기본 30년 이상씩 사신 토박이들이예요. 뜨내기가 별로 없어요. 제가 뜨내기예요.

Q. 당신이 생각하는 이태원의 범위는 어떤가요?
이태원 소방서 반경 300m 1

Q. 당신은 어디로 갈 건가요?
인심 좋은 동네. 아직 어디 분명하게 생각해둔 곳은 없지만, 단독주택이 많은 동네로.

-
백지원은 요즘 잘나가는 젊은 건축가다. 2009년 도시를 담는 유쾌한 그릇이라는 뜻의 디자인 스튜디오 ‘얼반테이너’를 설립하고, ‘플래툰 쿤스트할레’프로젝트를 통해 2009 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선박 컨테이너 28개를 쌓아 만든 공간이다. 얼마 전에는 물탱크를 이용한 전시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이태원으로 이사한 지는 6개월이 넘었으나 너무 바쁜 일정으로 아직 짐도 풀지 못하고 있다. 새로 산 침대만 침실에 놓여 있다고 한다. 사진을 촬영한 다음 날에는 ‘플랫폼 이스탄불’ 프로젝트를 위해 터키로 떠났다.  



이태원 사람들을 만나다, 퇴근길 기자 | 이해린


2. 
6월 29일/ 김종유/ 인테리어 디자이너, Design Studio U Lab 대표/ 한남동 



Q. 당신은 언제 어디서 왔나요?
이태원으로 온 건 1년이 조금 넘었고요. 그 전에는 어린이대공원 근처에 살았어요. 거기서는 오피스텔에 살았는데, 집 창문에서 내려다보면 전망이 정말 좋았어요. 어린이대공원이 엄청 넓잖아요. 그 푸른 공원이 한눈에 다 들어왔어요. 바다처럼.

Q. 이 공간은 어떻게 찾게 되었나요?
제가 더 플라잉 팬 블루2사장님과 잘 아는 사이예요. 가로수길에 있는 더 플라잉 팬 화이트를 제가 작업했거든요. 그래서 여기로 이사 오려고 하면서 사장님께 말씀드렸더니 우리부동산3을 소개해주시더라고요.
근데 재미있는 게 이 집이 원래 도박장이었어요. 가정집처럼 해놓고 불법으로 운영하고 있었던 거죠. 이 집이 앞 건물에 가려져 있어서 사람들이 잘 모르거든요. 어쨌든 제가 처음 본 이 집의 모습은 바카라 테이블이 있는 도박장이었어요.

Q. 이태원에서의 일과를 이야기 해주세요.
이태원하면 다들 술집이 많고 놀기 좋은 곳으로 생각하잖아요. 유흥가. 근데 저에게 이태원은 그냥 동네예요. 출근해서 일하다가 직원들이랑 점심을 먹고, 자전거 타고 근처 은행에 가고,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얼마 전까지는 삼성미술관 리움4에서 강의를 하나 들었거든요. 슬슬 걸어서 강의 듣고 오기도 하고. 저희 사무실은 이태원역하고 조금 떨어져 있어서 시끄럽고 번잡스러운 것을 잘 모르겠어요.

Q. 식사는 주로 어디서 하시나요? 이태원에서 자주 가는 곳은 어디인가요?
지금 열심히 탐색 중이예요. 지금까지 갔던 곳들 중에서는 깡통만두5가 제일 좋았어요. Passion56에서 푸딩도 잘 사다 먹고. 병이 너무 예쁘잖아요. 어디에 쓰겠지 싶어 부엌에 쭉 모아 두었어요.
그리고 지인이 오면 가끔 술을 마시러 가는데, 그럴 때는 꽃땅7에 자주 가요. 원래 중국집과 꽃집, 사진현상소로 쓰였던 건물인데, 최정화 씨가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꾼 거죠. 지하, 옥상, 1층의 구조뿐만 아니라, 카페, 바, 전시장, 레지던스 등과 같이 프로그램이 얽혀 있어서 아마 처음 가본 사람은 당황할 거예요. 아, 간판도 없어요.

Q. 당신은 어디로 가나요?
한남동이요.

-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종유는 청담동의 갤러리 카페 미엘과 가로수길의 더 플라잉 팬 화이트 등을 디자인했다. 초록, 나무, 숲을 찾다가 남산공원 아래 사무실을 얻었다. 그의 사무실은 숨어 있다. 여기가 맞나 싶은,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흰색 2층집이 나오는데 바로 그곳이다. 덕분에 프라이빗하고 조용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음악을 크게 틀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고, 파티를 할 때면 마당에서 연주도 한다. 2층 테라스에서 앞 건물 벽을 스크린 삼아 영상을 보기도 한다. 사무실 2층을 활용해 쿠킹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이태원 사람들을 만나다, 퇴근길 기자 | 이해린


3. 
7월 6일/ 박길종/ 킷토스트 일요일의 사장/ 보광동 
www.kit-toast.com 



Q. 당신은 언제 어디서 왔나요?
당고개에 살다가 2009년 7월에 이사 왔어요.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http://cafe.naver.com/kig )’라는 인터넷 카페에서 방을 찾았어요. 밤늦게 그 사이트를 보고 있는데 마음에 드는 집이 딱 나온 거예요.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 문자 보내서 다음 날 바로 만나 계약했어요. 제가 일요일의 사장으로 있는 킷토스트는 2010년 7월에 오픈했고요.

Q. 킷토스트가 무엇인가요?
킷-토스트라는 토스트 가게의 원래 이름과 공간은 그대로 두고, 용도만 변경한 프로젝트 숍이예요. 가구, 독립 출판물, 가방, 음반, 문구 등 학교와 사회에서 배웠던 모든 것들을 이용해 만들어 팔고 있어요. 저(야채) 혼자 운영하는 것은 아니고, 김청진(고기)과 김보경(치즈), 강지은(빵) 이렇게 넷이 하루씩 사장을 해요. 아, 청진이와는 '포스트-잇(www.post-eat.org)'이라는 모임의 멤버로 알던 사이예요. 거기서도 공간을 임대해서 새롭게 꾸미고 기능을 입혀주는 프로젝트를 했었어요.

Q. 킷토스트는 왜 이곳에 자리 잡았나요? 이곳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포스트-잇 멤버들이 새벽에 갑자기 회의를 해야 하는 일이 종종 생기거든요. 어디서 모일까 고민하다가 이태원으로 정했어요. 멤버가 총 7명인데 사는 곳이 다 흩어져 있으니까, 제일 공평하게 서울의 중심 이태원으로 했죠. 다들 20~30분이면 모이더라고요. 그래서 이태원에 임대 공간을 구하기로 하고 제가 이곳에 사니까 자전거를 타고 알아보다가 킷토스트를 발견하게 됐어요. 그렇게 공간을 얻었는데 그 계획은 무산됐고, 청진이와 저는 이 공간이 너무 아까워서 둘 만의 프로젝트 공간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이곳의 장점은 창문에서 한강 바람이 불어서 너무 시원하다는 것, 한여름에도 선풍기 없이 날 수 있을 정도예요. 또 옥상에 올라가면 한쪽으로는 한강이, 반대편으로는 남산이 보여요. 서울에서 전망이 제일인 것 같아요.

Q. 이 동네엔 유난히 다양한 인종이 많이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네. 여기를 ‘흑인마을’이라고도 하고, ‘이슬람마을’이라고도 하더라고요. 진짜로 엄청 많아요. 근데 다들 하나도 무섭지 않고, 되게 재미있어요. 흑인들도 굉장히 젠틀해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동네분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더라고요. 집 문도 다 열어놓고 살고, 마을버스를 타도 다른 동네 할머니들 같으면 외국인을 무서워하실 텐데 전혀 그런 것 없어요. 심지어 지난번에는 흑인 여자가 앉아 있다가 애기 엄마가 타니까 자리도 양보해주더라고요. 보광초등학교8(www.bogwang.es.kr)학생들도 외국 친구들이랑 잘 어울려서 놀고요.

Q. 보광동의 맛있는 집을 추천해주세요.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집은 9도 맥주를 파는 사마라칸드9.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예요. 양고기 꼬치에 맥주를 마시면 아주 행복해요. 공사하면서 자주 갔었어요.

Q. 당신은 어디로 가나요, 그리고 킷토스트는 어디로 가나요?
글쎄요. 킷토스트도 저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것저것 만들다 보니 조금 더 크고, 기계음이 나도 괜찮은 그런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일단은 계약 기간도 좀 남았으니까 그때 결정 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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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종은 경제적 활동을 하며 작업도 계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친구들과 무언가를 계획했고, 세 명의 친구와 함께 킷토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킷토스트의 이름으로 친구들과 함께 어떤 공간을 위한 가구를 만든다. 오래된 책장을 부숴 의자를 만들고, 조명과 서랍장도 만든다. 이런 가구는 킷토스트에 놓았고, 더북소사이어티, 문지문화원 사이의 인문서재, 테이크아웃드로잉10(www.takeoutdrawing.com)한남동점에도 놓았다. 남은 나무로는 필통이나 명함꽂이, 배지도 만든다. 킷토스트에서는 커피와 토스트를 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