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서 소리를 가르친다,
판소리 에듀케이션
황애리


황애리   사진 노승환 


5일 동안 집중적으로 판소리를 배워요. 작은 교재도 준비했어요.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낮과 밤의 시간으로 나뉘고 한 클래스 당 7명의 사람이 같이 배웁니다.

5일간의 워크숍이 끝나고 이태원의 경치 좋은 공간에서 발표회도 갖습니다.
그날은 각자 소리꾼이 되어봅니다.

판소리 에듀케이션은 소리꾼이 되어보는 체험 워크숍 입니다.
워크숍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
누군가에게 판소리 한대목을 들려주세요!

시간 : 2010. 8. 23 ~ 26 (오후 2시, 8시 중에서 선택 가능합니다)
장소 : 이태원 황애리의 집
참가 방법 : 이름, 성별, 나이, 직업, 전화번호, 참여 시간을 작성해
아래 메일로 보내주세요. / pansorry@gmail.com


2010년 8월 14일 황애리 드림


이태원에서 소리를 가르친다, 판소리 에듀케이션 | 황애리 


황애리
 


1987년 전라북도 남원에서 태어났습니다.
1995년 19세까지 남원에서 살았습니다.
2005년 안성시 대덕면에서 생활했으며
2008년 용산구 이태원 2동으로 이사하여 거주하고 있습니다.


http://pansorry.1px.kr
이태원에서 소리를 가르친다, 판소리 에듀케이션 | 황애리


일주일에 걸쳐 답장이 왔다
8월 15일 일요일 전은경 / 월간 <디자인> 기자 / 35세 / 오후반
8월 16일 월요일 손한나 / 대학생 / 24세 / 오전반
8월 16일 월요일 박정미 / 중학생 / 16세 / 오후반
8월 16일 월요일 유용태 / 원픽셀 가드닝 디벨로퍼 / 28세 / 오후반
8월 17일 화요일 사이이다 / 작가 / 33세 / 오후반
8월 18일 수요일 김예인 / 대학생 /21세 / 오후반
8월 18일 수요일 나난 / 작가 / 31세 / 오전반
8월 19일 목요일 박재한 / 대학생 / 25세 / 오후반
8월 20일 금요일 이경수 / 디자이너 / 32세 / 오후반
8월 20일 금요일 이기영, 김보금 / 대학생, 가정주부 / 25, 54세 / 오후반
8월 21일 토요일 이자영 / 세계여행 프로젝트 블로거 / 26세 / 오후반

8월 21일 토요일
6.5평 일층에 놓여 있던 가구를 모두 이층으로 옮기고 판소리 에듀케이션의 강의실로 만들고
잠시 후 ‘S/O 프로젝트’에서 디자인 해 주신 포스터도 도착하여 이제 정말 시작이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포스터의 뒤쪽에는 수업 내용이 디자인 되어 있으며 네 번 접으면 A4사이즈 만하게 줄어드는 교재로 변신한다.
이런 멋진 디자인의 국악 교재라니!
이태원 일대의 곳곳에 포스터를 붙여 '판소리 에듀케이션'을 알리고 싶어 밖으로 나간다. 


5 days program
1 day 아리랑을 배워본다. 직접 아리랑 가사를 지어본다.
2 day 사랑가를 배워본다. 사랑가의 장단(중중모리)도 배워본다.
3 day 사랑가를 더 열심히 배워본다. 사랑가를 표현하는 발림(동작)을 배워본다.
4 day 사랑가를 완벽하게 익혀본다. 다른 사람이 소리를 할 때 추임새를 던지는 방법을 배워본다.
5 day 아리랑과 사랑가를 불러본다. 발림을 넣어서 다시 불러본다. 자연스럽게 추임새를 던져본다.
이태원에서 소리를 가르친다, 판소리 에듀케이션 | 황애리


1. 
8월 23일 월요일 첫수업
/
아리랑을
배워본다.
직접 아리랑 가사를
지어본다.

사이이다와 나난이 두 번째로 등장한다. 일찍 도착하여 앉아 있는 이자영


워크숍이 시작되었다. 그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왜 여기 와 있는가가 궁금하여 묻는다.
이종사촌 고동, 내종사촌 소라, 진외척숙 우렁, 육지 사돈 달팽이, 연해 하직 하는디
천만 뜻밖 해구란 놈 옆에 와서 앉었거든 주부가 물어 “어찌 예 왔느냐?” _신재효본 <토별가> 중에서

- 일생의 단 한번 판소리 수업이 될 것 같다. 한을 내뿜을 각오를 하고 왔습니다. > 나난
- 어머니의 소개를 대신하여 “어머니가 저 때문에 소리를 많이 지르셔서 목청이 좋으실 겁니다.” 이번 여름에 부모님과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 판소리를 배우며 어머니와 유쾌한 추억을 만들고 싶습니다. > 이기영(아들) 김보금(어머니)
- 판소리로 장기자랑을 했던 어떤 친구를 보며 부러웠고 저도 판소리를 배워 자랑스럽게 뽐내고 싶습니다. > 이자영
- 황애리의 공연을 보았을 때 판소리가 아름답고 멋지다고 생각했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사이이다
- 고등학교 때부터 국악에 관심이 많았고 좋아했습니다. > 유용태
- 텔레비전에서 노래 잘하는 한 가수가 판소리로 목을 다졌다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판소리의 매력에 빠지고 싶습니다. > 손한나
- 첫날 40분 지각하여 낮 2시 수업의 반장으로 뽑혔어요 > 김예인

이들은 나에게 해구란 놈 아니고 사랑스러운 제자님이 될 것이 분명하다.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소리를 한 번 들려주고 그 다음 학생들이따라 하는 식이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났네 아직은 소리가 낮설다. 소리가 낮선 이들에게 판소리를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 하자면 소리꾼들이 으레 사용하는 이 악보를 예로 들 수 있다. 기보법(음악을 가시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악보는 사설 옆에 음 높이나 요성 같은 것을 자신만의 기호로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기호의 연상작용을 통해 음을 기억하는것이니 각기 표현도 다르고 재미있기도 하여 학생들에게도 이와 같은 기호를 사용할 수 있게 설명하였다. 오전 수업은 아리랑을 배우면서 자신만의 판소리 악보를 만들어보는 것으로 했다. 그리고 아리랑의 메기는 소리를 각자 재해석 해불러보는 것으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오후의 수업에서도 왜 소리를 배우는가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학교에서 전통 민요를 배우지만 더 좋은 점수를 받고 싶어서 이곳에 왔습니다. > 박정미
- 다니는 회사도 이태원과 가깝고 황애리의 소리를 듣고 동기가 되어 이곳에 왔습니다. > 전은경
- 미국 여행 중 우리나라를 자랑할 만한문화를 저도 뽐내고 싶었습니다. 판소리를 알고 싶어요. > 박재한
- 진우 소개로 왔어요. 하하하. > 이경수

여학생 둘과 남학생 둘이 함께하는 수업이다 보니 청(key)이 맞지 않는다. 낮 2시를 떠올려보니 남학생 유용태, 이기영은 제법 청이 높아 여학생들과도 잘 맞았다. 밤 8시 남학생들은 청이 낮은데다가 사람이 적어 목소리가 묻어 갈수도 없으니 본청 잡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낮 수업과 마찬가지로 악보 그리는 방법을 설명해주고 아리랑 가사도 지어보았다. 나이가 적으나 나이가 많으나 서로 하나 되어 노다나 가세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16세 박정미 학생이 지은 아리랑 가사이다. 밤 9시 20분에 수업을 마쳤다.


-

수업 일지
> 손한나
첫 박에 힘을 줘서 소리를 때리듯이 부르면 좀 더 잘 부르는 것처럼들리는 것이 신기했다. 어려운 것은 역시 “약산 도옹네에~” 이 부분이다.갑자기 소리를 지르려니 오그라들려고 했지만다 같이 묻어가며 하니깐 큰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옹”에다가 힘을 줘야 하는데 잘 안 돼서 웃음이 난다. 옹 옹 옹 옹 옹!!!!! 아리랑의 메기는 소리를 각자의 상황에 맞게 지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 주가 개강이라 ‘아무 것도 안 해놨는데 눈 떠보니 다음 주가 개강이로구나’하고 나름 지어서 불러봤다. 다른 사람들 것도 웃겼는데 반장이 한 매미의 이야기가마치 내 얘기 같아서 공감이 갔다.
> 유용태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도, mp3를 가지고 있어도 흔한 대중가요조차 듣지 않는 나인데 퇴근길에 아리랑과 사랑가 구절을 들으면서 퇴근하는 길의 오묘함이란….
> 사이이다
감정 표현이 강하다고 생각했던 나인데 아리랑을 소리 내고 있으니, 내가 이리 감정 표현이 단조로웠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을 강하게 약하게 선생님이 가르쳐준 ‘파도소리의 그림’처럼 조절해서 소리 내는 것을 연습할 것.
> 나난
음악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판소리는 내 맘속 스트레스, 한 같은 것을 정말 풀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메기는 소리를 지어볼 때는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자신의 감정을 더 풀어내는 효과가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두 클래스를 살펴본 결과 낮 2시는 사람이 많아 밝고 유쾌하며 상대적인 교육도 같이 이루어지지만 집중력이 떨어진다. 반면 밤 8시는 사람은 적지만 오순도순 뭉치는 맛이 있어 집중이 잘되면서도 피드백이 적어 쑥스러움이 많다. 게다가 수업 도중 옆집 아주머니께서 “하다하다 이젠 가르치나봐요” 하며 소리에 불편함을 호소하셨다. 집 안에서의 교육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목정량 오빠에게 전화를 했다. 내일부터는 장소를 원픽셀로 옮긴다.


수업 사진
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오전반 학생들

약산 동네 할 때는 높이 높이 질러서

밤 8시 학생들 이경수와 박재환 소리 내는 중

판소리 악보에 대해 설명 듣는 중
이태원에서 소리를 가르친다, 판소리 에듀케이션 | 황애리


2. 
8월 24일 화요일
/
사랑가를
배워본다.
사랑가의
장단(중중모리)도
배워본다.


오늘은 본격적인 판소리를 배우는 날. 대목은 춘향가 중 사랑가이다.학생들의 목소리를 관찰하는 것으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오전반 학생들의 목소리 관찰
강민정 김예인 손한나의 목소리는 맑고 우렁차고 유용태, 이자영, 사이이다의 목소리는 얇고 가느다란 것이 같으며 모자지간인 이기영과 김보금 어머니의 음색 파악이 아직 잘되지 않고 있다. 내일은 모자지간의 음색을 집중적으로 검토. 목소리 관찰을 토대로 한 사람씩 메기는 소리를 정해주고 상대방이 내는 소리와 자신이 내는 소리를 비교할 수 있게 하였다.
학생들은 첫째 날 가르쳐준 판소리 악보를 제법 그려가며 자신만의 표시를 만들었고 그 표시로 음을 기억하며 둘째 날인 오늘은 훨씬 정확해진 ‘아리랑’을 들을 수 있었다. 사랑가를 들려주니 첫날 아리랑을 배운 것과는 다르게 사뭇 진지한 태도이다. 최대한 반듯한 기교를 사용하고 동작도 크게 크게 최대한 천천히 천천히 어제 따로 녹음을 해주었더니 예습을 해온 학생들은 제법 잘 따라 했다.

오후반 학생들의 목소리 관찰
박정미는 맑고 예쁘고, 전은경은 여성스러운 목소리, 박재한은 힘차고 우렁차며 이경수는 고르고 가느란 목소리를 가졌다. 첫 번째로 박재한 군이 아리랑을 씩씩하게 부른다. 다음에 해야 하는 세 명이 부담을 갖는다. 사람이 적은 밤 수업은 소극적인 태도. 4명 모두가 다른 음을 내고 있다. 상대방이 내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불안정하게 묻혀가는 것을 알고 난 뒤로사랑가는 한 사람씩 레슨하기로 했다.
“선생님! 낮 2시 사람들은 저희보다 더 잘하나요?”


-

수업 일지
> 김예인
배가 고파서인지 목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혼자 부를 때는 팔다리가 떨리고 목소리가 많이 줄어든다
> 나난
악보를 그려도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숙지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 우리 한국의 음악이지만, 가사라든가 어려운 음에서 쉽게 숙지되지 않는 어려움도 있었다.
> 손한나
사랑가는 아리랑보다 4배는 어려운 것 같다. 아니리만 쉽고 나머진 다 어렵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구절이 없다. 분명히 어제 녹음한 것을 듣고 왔는데.
> 사이이다
소리 내는 기법과 악보 기입법에 대해서 선생님에게 물었다. 소리 내는 기법은 오랜 기간이 걸리기에 우선 지금은 크게 지르는 것을 하다 보면스스로 조금씩 터득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고, 악보에 대해서는 항상 감정에 따라 음이 변하는 것이 판소리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소리꾼 개인이 자신만의 악보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자신만의 악보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점은 나에게 아주 흥미로운 부분이었지만,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퍼질 수 없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하다.

수업을 마치고
판소리의 기본 선율은 미 솔 라 도 레그리고 본청은 라 혹은 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미끄러지거나 꺾는 목, 떠는 목, 빠르게 치는 목, 등복잡한 기교가 많은데다가 정확한 판소리 용어로 말하자면 육자배기(남도민요를 대표하는 곡) 토리(지역적 특색)를 띠고 있어 계면성음(슬픈 곡조)을 많이 쓴다. 또한 거의 통성(배 속에서 바로 위로 뽑아내는 목소리)을 사용하기 때문에 학생들은“선생님 판소리를 배우고 나면 힘이 빠지고 배가 고픕니다” 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그런 발성이 자신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것을 의심한다. 쓰지 않던 목들을 익히다 보면 이상한 목소리가 튀어 나오기도 하고 자신이 음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밤 8시의 학생 4명을 관찰하며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음치라기보다 판소리의 음계가 생소해서 음의 기준을 잘 잡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과 앞으로의 나머지 학습은 이렇게 비뚤비뚤한 음색을 한데 모으는 것 부터!

수업사진
김예인의 독창에 모두가 집중하는 모습

수업이 시작되기 전 서 있는 이기영

판소리 에듀케이션 둘째 날 낮 2시, 사랑가 부르기, 유용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