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서 버려지는 것들을 쓸모 있게 만든다,
할머니의 경쟁자
박길종



박길종   사진 박길종 



안녕하세요. 할머니.


할머니도 한때는
유모차에 아기를 태웠습니다.

누구보다도 빨리폐기물을 챙기시고 다용도로 활용하시는 할머니.
이번 8월, 좀 많이 덥네요.

더운데 무리하지 마시고 쉬엄쉬엄 하세요.
제가 폐휴지는 양보하겠습니다. 


이태원에서 버려지는 것들을 쓸모 있게 만든다, 할머니의 경쟁자 | 박길종


박길종 



1982년 서울시 관악구에서 태어나
2005년 군대 제대 후에 돌아오니 집은 서대문구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2008년 노원구에 작업실 겸 집을 얻어 독립을 했습니다.
새로운 집을 알아보다가 인터넷에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발견하고
다음 날 바로 찾아가 계약을 합니다.
그렇게 2009년 이태원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http://bellroad.1px.kr

이태원에서 버려지는 것들을 쓸모 있게 만든다, 할머니의 경쟁자 | 박길종


쿠키는 먹지도 못하고

발견 시간과 장소 / 2010년 8월 9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18-48
이태원 2동으로 판매 되었음.




길에서 본 최초의 모습
뭔가를 줍기에는 낮보다 밤이 더 좋을 수도있다.
낮에 버리기 부끄러운 물건들도 사람들은 밤이 되면 어둠을 틈타 슬금슬금집 밖으로 내놓기 시작한다.
이날도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쿠키 통을 발견했다
(나중에 집에 와서 사진을 보니 이소라의 다이어트 체조 비디오가 계속 눈에 거슬렸다. 그뿐.)




작업 과정
쿠키 통 조명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통 지름에 맞게 합판을 직소로 따는 것과 전구를 달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것만 해도 반 이상 한 셈!




완성
평소에는 쿠키 통이지만 뚜껑을 열면 조명으로 변신
(지겨워져서 뚜껑을 닫아 장롱에 넣어 두면 도둑이 귀중품이 든 건 줄 알고 가져 갈지도...)





쿠키 통을 벗겨내고 본인이 원하는 다른 갓을 씌울 수도 있는데
마침 옆에 있던 비닐을 씌워 보니 이것과도 잘 어울렸다







그리고 손님이 오신다면 높이 조절을 해서 간단한 차와 쿠키를
은은한 조명위에 대접할 수도 있다.




나무 다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집에 있는 연필이나 색연필을 이용해서 바꿔줄 수도 있다.




집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기 심심하다면 가로등 놀이도 가능하다.

* 주의 : 의자 용도로 쓰다가 약국 갈 수도 있습니다.






밤에는 할머니도 쉬실 줄 알았는데…
오른손에만 장갑을 낀 프로의 모습으로
종이박스를 향해 슬그머니 다가가고 계셨다.
워낙 조용히 움직이셔서
사진 찍으려고 뒷걸음 치다가 할머니와 부딪쳐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사이에 슬그머니 가셨다.




이태원에서 버려지는 것들을 쓸모 있게 만든다, 할머니의 경쟁자 | 박길종


낮은 탁자

발견 시간과 장소 / 2010년 8월 14일,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65-376 
이태원 2동으로 판매 되었음.


길에서 본 최초의 모습
우리는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났다.
할머니가 보시기 전에 집으로 데려와 목욕재계 시키고,
며칠 동안 쉬게 두면서
어린 왕자와 장미처럼 틈나는 대로 바라보고 음악을 들려주면서 서로를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취향을 알아갔다.




작업 과정
목욕재계를 위한 준비.




재단과 샌딩을 할 수 있는 곳.
(진정한 홈메이드는 집 안 곳곳에 다른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다.)



재단과 샌딩을 거친 후 코팅을 하고 건조 중이다.
(집안이 점점 더 복잡한 미로 같아지고 있다.)




완성
친구 잡초와의 한때.
건강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잘 자라 주었다.




성장기에 살찐 모습.




그리고 책상을 차마 치울 수 없는 상황에 보조책상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주의: 당신이 팅커벨이 아니라면 탁자 위에 올라가지 마시오.


이태원에서 버려지는 것들을 쓸모 있게 만든다, 할머니의 경쟁자 | 박길종


비, 스케이트보드 그리고 강시

발견 시간과 장소 / 2010년 8월 22일,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265-387
종로구 청운동으로 판매 되었음.


길에서 본 최초의 모습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찍자마자
스케이트보드를 들고 집으로 뛰어 들어오는데 빗방울은 점점 더 거세졌다.



친구가 스케이트보드를 보더니

“이거 내가 어릴 때 타던 거랑 똑같은데,
저 뒤에 강시 그림이랑 똑같아!
이거 내가 타다 버린 게 돌고 돌아 여기까지 온 거 아냐?”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작업 과정
이번 작업의 포인트는 스케이트보드 위에 각재를 어떻게 세우는가였다.
나사로 결합을 할 수도 있었지만,
끌로 보드에 홈을 파고 각재에는 턱을 만들어 끼워 넣는 방법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방법은 나중에 쉽게 분리해서 보드를 다시 탈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완성
책상 위에서 책 읽기가 지겨워졌다면 스케이트보드 위에 발을 올려 놓고 여행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톰 소여의 모험>같은 책을 읽으면 좋겠다.





이번 조명도 다양한 기능이 있다.




상단부가 분리되므로 본인의 상상력에 의해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



책상 위에서도 쓸 수 있게 책상용 받침대도 함께 드림.
받침대에는 연필꽂이 기능도 있다.




*취급 및 주의사항 : 평평한 곳에서 탈 것.